아는 지인의 소개로 3주 좀 덜되게 로아를 해봤습니다

15년도 이후로 6년만에 온라인 게임을 접하는 것인데... 기대보단 우려가 컸습니다

항상 온라인 게임은 장점보다 단점이 돋보이는 게임이 많았거든요

지금 로아는 점핑 이벤트가 있긴 하지만 제대로 즐겨보자는 마인드로 1레벨부터 키웠습니다

그리고 참 많은 문제점을 느꼈습니다

이 게임이 어째서 반년도 안되어 떡락하고, 뉴비가 안들어오는지 몸으로 직접 체험했습니다

그 체험을 글로 남깁니다

 

1. 기묘한 프롤로그

로아는 기본적으로 여러 대륙이 있습니다 (현재 14개 지역으로 분류)

프롤로그 이후 주인공은 순서대로 대륙을 건너다니면서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게 됩니다

저는 헌터라는 총잽이 캐릭을 골랐습니다

헌터의 프롤로그 내용은 해결사 일을 하던 주인공이 어쩌다 악마와 조우하면서 악마를 퇴치하는 단순한 내용인데

악마를 퇴치하면 갑자기 그 지역의 사제가 주인공에게 한마디를 건넵니다

"세상에는 이와같이 악마로 고통받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들을 구하십시오"

라면서 주인공을 어딘지도 모르는 장소로 보내버립니다

이런 황당한 상황에 처했는데, 모르는 사람이 나타나서 세상을 구하라며 '아크'라는 7개의 신구 같은걸 구해오라고 시킵니다

플레이어의 입장에선 이 주인공에 대해 아는거라곤 프롤로그의 스토리 뿐이고 그 이상 설명이 나오지도 않는데

주인공은 아무런 저항없이 시키는대로 하는 모습을 플레이어가 보면서 아 그렇구나 하고 생각해야하는 걸까요

다른 캐릭터는 각각 다른 대륙에서 프롤로그를 시작하기 때문에 다른 캐릭터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헌터 캐릭터의 스토리는 시작부터 개연성이 느껴지지 않아 몰입하기 힘들었습니다

 

2. 나사빠진 메인 스토리

아크를 찾는 모험을 시작했는데 온갖 잡일을 맡아서 하고 노예처럼 부려먹히다 급기야 전쟁에 까지 참여하는 주인공

하지만 중요한 부분에서는 아무것도 못하고 같이 다니는 악마 사제에게 뒤를 맡기는 한심함을 보입니다

거기에 전쟁 자체는 아크를 찾는 여정에 그다지 상관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냥 어쩌다 친해진 친구들을 위해 전쟁 같이 싸워주지 뭐 같은 느낌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전쟁은 게임의 하이라이트 같은 부분입니다

연출에 있어선 게임을 전부 통틀어서 이 부분만큼 공을 들였다고 보여지는 구간이 없습니다 (페이튼이 비슷한 내용이긴 하지만 빌드업의 수준이 달라 여전히 차이가 있습니다)

마치 이 구간에 모든 인력과 돈을 소모한듯, 이후의 메인스토리는 힘이 빠진게 눈에 보일 정도입니다

맨 처음 대륙과 그 이후의 대륙들의 스토리 길이는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데, 그 때문에 빌드업이 상당히 부실해져 스토리에 무게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욘에서 그 정점을 찍게되는데, 마치 20년 전 유아용 애니를 보는듯한 유치함과 역겨움이 환상적이었습니다

어디부터가 업데이트로 추가된 스토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초기 스토리팀이 강판당한 것은 확실해보입니다

 

3. 외모뿐인 NPC 캐릭터들

꽤 여럿 있는데 진행 도중 제일 의문스러운 캐릭터 셋을 뽑았습니다

- 원피스같은 느낌으로 굉장히 미화된 해적단의 선장

- 한 대륙의 여왕인데 생긴 것도 하는 짓도 여왕이 아닌 여왕(성우 보정도 심각함)

- 서브스토리에 잠깐 나오는데 주인공이 집착을 보이는 의문의 여자

어째선지 주역에 나오는 여캐는 전부 20대 정도로 보이고

국내 온라인게임 특유의 아이돌형 얼굴 모델링, 복장은 빠지지 않습니다

모델링 부분은 단순히 제 취향이 아니라서 싫은거지만 캐릭터성은 문제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캐릭터성은 메인스토리에서 깊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얕습니다

앞에서 말했듯 극초반부 이외엔 스토리의 빌드업이 부실하기 때문에

플레이어에게 있어서는 신캐릭터를 친근하게 여길만한 계기나 이유가 잘 와닿지 않습니다

그런데 인게임에서는 의미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주인공과 캐릭터 사이의 친근함이 표현됩니다

이런게 여러 차례 반복되기 때문에 "넌 왜 친한척 하는거야?" 같은 생각밖에 안듭니다

화룡점정으로 진부한 캐릭터성을 넣어놔 오히려 역겹습니다

그 정점을 파푸니카에서 찍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파푸니카는 00년대 미연시를 보는듯한 내용이었는데... 정말 좃같았습니다

 

4. 뉴비에 대해 무관심한 운영, 험난한 레벨 올리기

로스트아크는 캐릭터의 레벨 외에도 장비의 레벨(템렙)이 있습니다

캐릭터의 레벨은 50이후로 사실상 의미가 없으며 템렙이 모든 컨텐츠의 중심이 됩니다

이 레벨은 현재 1500대 초반까지 달성이 가능한데

게임 내에서 사실상 1티어 아이템 구간(550렙까지)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2티어의 구간은 550레벨부터 시작하며, 2티어에서 3티어 파밍던전의 입장조건(1050렙)을 달성하기 위해 또 500렙을 올려야 합니다

쉽게말해 뉴비가 현재 메인 스트림인 3티어(1305렙)까지 오는데 시간이 엄청나게 걸립니다

메인스토리를 아무리 진행해봐야 최대 템렙이 370이기 때문에 강화, 파밍던전을 통해 레벨을 올려야합니다

보통 아이템의 강화도가 1이 오르면 해당 장비의 레벨 5가 오르며

템렙은 방어구5 + 무기1부위의 레벨 평균으로 결정됩니다

따라서 1레벨부터 캐릭터를 키우면 강화에 들어가는 재화, 재료가 엄청나게 많이 필요합니다

운영진이 이걸 모르지는 않기 때문에 어느정도 뉴비를 빠르게 올라올 수 있도록 특수한 강화 아이템과 재료를 많이 지원해주기는 합니다

그런데 이 지원이 반푼이라면 어떨까요?

강화에 들어가는 아이템은 실링, 골드, OO의 파편, 융화석이 있으며

방어구는 추가로 수호석, 무기는 추가로 파괴석을 요구합니다

재료마다 필요한 개수가 상당히 다른데 지원해주는 재료의 개수가 이에 맞지 않습니다

어떤 재료는 너무 많이줘서 해당 레벨을 졸업하고도 너무 많이 남는가 하면

어떤 재료는 너무나 모자라서 경매장에서 수만개 단위로 사들이지 않으면 진행이 불가능하기도 합니다

장비와 재료를 파밍하는 던전도 입장회수가 2회로 한정되어있어 수급이 어렵기에 사실상 경매장에서 사야합니다

경매장에서 사용하는 재화는 골드, 이 재화는 일반적인 방법으론 얻을 수 없고

게임 내 이벤트, 일일 활동(골드를 주는 섬 이벤트), 호감도, 별의 별 방법을 동원해서 모아야하는데 뉴비에겐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게임 내 이벤트에서 골드를 주는 아이템을 구매하는데에 템렙 제한을 걸어 뉴비가 못사게 한다던가

같은 일일 활동을 했는데도 3티어 유저는 400~500골드를 받는 반면 1티어 유저는 150골드 수준 밖에 받지 못하는 레벨 차별을 당하고 있습니다

지원해주는 아이템은 충분치 않으며 의미없는 구간의 레벨을 압축하기는 커녕

똑같은 활동에 열심히 참여해도 절반이 안되는 보상을 받는 것은 참... 뉴비에게 관심이 없다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5.  거꾸로 돌아가는 공방의 문화

아무튼 열심히 템렙을 올리다보면 1티어든 2티어든 가디언 토벌(4인 레이드 컨텐츠)를 시작할 때가 옵니다

기본적으로 입장제한이 없고 강력한 보스 하나를 잡으면 승리, 3번까지는 죽어도 괜찮습니다

3티어부터는 본격적으로 가디언이 파밍에 필수적인 컨텐츠가 되는데

가디언의 종류는 다양하고 (우려먹은 개체도 있는 것 같지만) 각각의 패턴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공방이라는 존재는 누구나 들어와서 박치기하고 죽어가면서 실력을 키우는 장소입니다

제가 했던 모든 게임이 그러해왔고 그게 싫다면 혼자 가든 길드나 파티로 인원을 구해가는게 보통이었습니다

하지만 로아의 공방은 이상하게 돌아갑니다

게임을 오래한 유저들도 부캐를 키우는 경우가 많아 2티어~3티어 가디언은 공방 매칭이 굉장히 잘되는데

그 때문인지 공방에서 패턴과 공략을 모르고 여러 번 죽으면 욕을하거나 꼽을 줍니다

보스위치를 일시적으로 보여주는 아이템(신호탄)은 1번을 배정받은 파티원이 무조건 쏴야한다는 암묵의 룰도 있다는 모양입니다

게임을 플레이한 기간이 그리 길지않아 들어본 암묵의 룰은 하나 뿐이지만

공방에 저런 룰이 존재한다는 것도 황당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러니까 일반적인 게임의 공방과는 정확히 반대로 돌아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공개방인데 모든 것을 알고 들어오지 않으면 욕을 하는 공개방인거죠

그리고 뉴비라 잘 모른다고 하면

같은 반응이 실제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사실 뉴비들끼리 갈 수 있다면 갔었을지도 모릅니다

게임의 지역채팅은 한 대륙 안에서만 서로 볼 수 있고 전체 서버에 말하는 기능은 없으며

레이드 컨텐츠의 출입구는 거의 대부분의 대륙에 다 있습니다

이 게임의 컨텐츠는 여러 대륙과 섬에 퍼져 있기 때문에 한 곳에만 머물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채팅으로는 어디에 있을지도 모를 뉴비를 찾아 4명이서 파티를 짜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결론적으로 뉴비가 편히 게임을 하려면 아는 사람들이랑 같이 게임을 하는 방법 뿐입니다

공방에서 하려면 공략을 일일히 외우지 않으면 안되고 박치기도 허용하지 않는겁니다

어째서 공방에서 만난 유저가 이런 유형이 많았는지, 왜 이런 문화가 형성됐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세상에 게임하는 모든 이가 커뮤와 공략을 일일히 보면서 게임을 하는 것도 아닐텐데

공략과 패턴, 룰의 숙지가 당연하게 여겨지고 하다못해 채팅으로 조금 귀띔 해주는 사람도 없습니다

대체 이 게임의 유저층 사이에서 공방의 의미란 무엇일까요?

 

이 게임을 하면서 정말 말하고 싶었던 단점 5가지를 꼽았습니다

장점이 없는 게임은 아닙니다

다양한 컨텐츠, 수집물, 숨어있는 요소와 메인보다 재밌는 서브 스토리도 있습니다

다만 너무 많은 것을 섞어 오히려 게임이 난잡해진 느낌이 커 잘만들었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이 게임을 즐기는 것이 나쁘지는 않았는데

위의 단점, 특히 4번과 5번은 뉴비의 진입을 막는 엄청난 벽으로 느꼈고, 저도 하다가 현타가 올 정도였습니다

만약 이 게임을 시작하고 싶으신 분들이 있다면 잘 생각해보고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이 게임의 메인 컨텐츠는 절대로 스토리가 아닙니다

수백 수천의 수집물과 레이드 컨텐츠 입니다

또한 이 게임에 신규유저를 들이고 싶다면 다른건 손댈 방법이 없더라도 4,5번은 어떻게든 해결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Posted by Na-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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