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유명한 '놀잇거리', 파칭코

보이지 않는 확률에 돈을 집어넣어 좋은 결과가 나오길 빌고, 나올 때까지, 혹은 돈이 다할 때까지 돈을 넣는 모습

게임이 널리 보급되기 전, 우리는 그 모습을 도박장과 카지노에서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은 그런 모습을 보며 도박중독자 취급을 하고 조롱하였다

도박의 역사는 정말 길지만 지금에 와서도 그런 인식은 별반 차이가 없다

사람들은 조롱을 하는 것에 죄악감 따위 없으며 그런 취급이 당연시 되어있다

 

실시간으로 불타는 단풍나무

그리고 카지노에서 보던 모습이 똑같이 게임계에서도 보이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그런 모습을 보며 개돼지, 호구라고 불렀다

확률형 뽑기 아이템(가챠)이 등장한지 10년이 넘었고, 그만큼 개돼지의 역사는 길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가챠뿐만이 아니라 점점 더 많은 종류의 확률 놀음이 생겨났다

게임마다 기본적으로 2~3종류는 유료와 연계된 확률 아이템이 존재하고 있다

그 정도가 너무 심해진 나머지, 현재 게임유저들이 시위를하고 규제법을 만들려는 국회를 응원하고 있다

이런 일들이 오래 지속되니 개돼지라는 말은 사라질리가 없었다

개돼지라는 말은 조롱이고, 환멸이다

얼핏보면 카지노의 도박중독자를 병신이라고 욕하던 그 시절이랑 달라진 것이 없어보인다

욕하는 쪽은 당연하다는 듯이 그렇게 욕하고 있다

 

두 단어를 뜯어보면 1가지 차이점이 있다

정도의 차이가 좀 다르다는 것이다

지금도 강원랜드 주변에선 버려진 차량, 속출하는 자살자들에 대한 소식을 접할 수 있다

도박과 비교했을 때 게임계에선 그 정도까지 망가진 사람의 사례가 좀 적은 편이다

물론 오랜 역사를 가진 도박과 10년 남짓한 게임계를 비교하기는 불공평할지 모른다

하지만 도박중독자와 개돼지를 같은 선상에 놓고 보기도 좀 애매하다

 

한창 불타고 있는 메이플스토리를 예시로 들어보자

현금이 관계된 확률형 아이템에서 내가 아는 것만 꼽아보면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4종, 의상, 펫, 골드애플, 어빌리티 서큘레이터, 큐브 등이 있으며

메이플은 현질이 굉장히 발달되어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도 전부 현금을 통해 살 수 있다

대체 어느 게임에서 커스터마이징을 돈내고 확률로 뽑는단 말인가... 정말 터무니 없는 게임이다

돈이 들어갈 수 있는 부분이 셀 수도 없이 많다

실제로 메이플은 억단위로 쓴 사람이 여럿 있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메이플 유저층에서 주체할 수 없는 수준의 돈을 박는 사람의 비율은 얼마나 있을까?

일반적인 무과금의 한계치로 소위 '스데미'라는 보스몬스터를 꼽는데, 격파율이 3%대이다

바로 윗단계인 '이지 루시드'는 격파율이 0.5% 남짓으로 알려져있다

메이플에는 여러 캐릭을 육성하게 유도하는 시스템이 많이 들어가 있어 1인 1캐릭으로 계산할 수는 없지만,

개인당 10캐릭 중 1캐릭만 격파할 수 있다고 계산해보아도

무과금이 힘들어지기 시작하는 보스인 '이지 루시드'의 격파율은 전체 인구의 5%밖에 되지 않는다

쉽게 말해 메이플 유저의 95% 가량은 무과금이거나, 많은 금액을 쓰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상위 보스들은 0.1% 전후, 혹은 그보다 아래이고

최상위 보스들을 놓고 보면 0.02%~0.01% 미만이라는 황당한 수치를 가지고 있으며

최상위임을 감안하여 인당 캐릭터 수 10~20캐릭으로 계산해도 0.1~0.2% 미만으로 볼 수 있다

다시말해 메이플의 상위~최상위 컨텐츠를 즐길 수 있을 정도로 돈을 들이 붓는 사람은 0.5%가 안되는 수치가 된다

 

다른 게임이 어떠한지는 모르겠지만

유튜브나 매체에 알려진 수많은 이야기에 의하면, 엄청난 양의 돈을 붓는 사람은 극소수이며

대다수는 무과금과 적당한 정도로만 돈을 넣는 사람이라고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우리는 자신에 취미에 적당한 돈을 쓰는 사람을 그냥 취미에 돈을 쓰는 사람 정도로 여긴다

세상에는 스포츠, 음악, 영화, 연극, 그 외에도 다양한 취미 활동이 있고

사람들은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돈을 취미에 소비하곤 한다

그렇다면 게임을 하는 무과금, 중소과금은 그냥 그 정도로 즐기는 사람으로 볼 수 있지 않은가?

이러한 시선에서 보면 개돼지라는 단어가 왜 쓰이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게 된다

 

유명한 -던- 슈퍼계정 사건의 보상, 유저들은 이것도 사료라고 불렀다

이에 대한 의문은 게임에 쓰는 시간과 '사료'를 통해 알아봐야한다

최근 게임에 유료요소가 그렇게 많은데, 어떻게 무과금, 중소과금 유저가 게임을 할 수 있는가 하면

게임 재화와 유료 아이템간의 거래가 허용되거나

어떠한 방식으로든 유료 아이템을 무료로 조금조금씩 나눠주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전자의 경우를 게임에 쓰는 시간으로 보고 후자를 사료라고 부르고 있다

 

게임마다 게임재화와 현금 간의 시세가 있고 게임 내 재화로 유료 아이템을 구매할 때 그 시세가 적용된다

무료로 얻는 게임 재화는 가치가 낮기 때문에 유료 아이템을 거래하려면 객관적으로 큰 수치가 들어간다

그 가격은 수백만은 기본이며 가치에 따라 수천만~수십억의 게임 재화가 시세로 잡혀있는 경우도 있다

당연히 게임 재화는 게임을 계속 해야 얻을 수 있고 금액이 크면 그만큼 시간이 많이 들어간다

이 요소가 있는 게임에선 유료 아이템을 구매하기 위해 시간을 태우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고

과도한 시간을 게임에 투자해 현실을 소홀히 하는 소위 겜창인생이라 불리우는 사람들이 이곳에 속하는 경우가 많다

 

후자인 사료는 말 그대로 가축이 먹는 사료에서 따왔다

게임사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게임사는 매출을 책임지는 상위~최상위 유저들을 붙잡기 위해서 밑에 깔아주는 사람을 많이 확보해야한다

그리하여 게임사는 밑에 깔아주는 사람을 붙잡기 위해서 유료 아이템을 맛보기 식으로 조금씩 지급한다

물론 초기에는 무료로 뿌리는 아이템들을 이런식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단순히 게임사가 유저들을 떠나지 못하게 조금씩 아이템을 지급했던 것으로 보였고

그 모습이 사육사가 돼지를 키우기 위해 사료를 뿌리는 것처럼 보여 사료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했다

지금와서는 소수의 상위계층을 위해 다수의 하층민을 사육하는 것처럼 보이기에 개돼지와 연계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사료는 실제 매출과 직결되는 최상위권 유저에겐 별 의미가 없는 수준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더더욱 사육당하는 모습으로 보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벤트, 점검보상이 사료의 대표적인 예시이며 그럴듯하게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깔아주는 사람들이 떠나지 않게 하려고 계속해서 다양한 명목을 통해 아이템을 뿌리는 것이다

언제부터 게임을 점검하는 행위에 보상을 줘야했단 말인가?

깔아주는 사람이 필요없는 평범한 패키지 게임에 점검보상이 존재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위 두 요소가 다 적용되는 게임도 있고 하나만 적용되는 게임도 있겠지만

이 두 요소에서 큰 혜택을 받는 사람일수록

특히 RPG장르에서는 막대한 과금을 하는 사람 밑에서 깔아주는 것 밖에 안되는 역할을 맡고있으며

그러한 시간과 노력을 쏟으면서도 깔아주는 사람이라는 대우를 받는 게임을 하는 행위

개돼지라는 단어에는 그런 모습을 깔보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극단적인 경우(리니지) 같은 게임에서는 객관적인 수치로 따졌을 때 큰 돈을 씀에도 불구하고 깔아주는 역할 밖에 안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더더욱 게임 커뮤니티에선 리니지하면 개돼지 게임, 린저씨 라는 조롱이 오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개돼지라는 단어는 복합적인 요소가 합쳐져 있다

국내 게임계에 팽배한 이상한 게임 문화를 한 단어로 비웃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좋은 의미도 아니고, 조롱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어다

최근 들어서는 개돼지라고 부르지말라는 분위기가 많이 생겼다

나는 그 의견에 대해선 아직 잘 모르겠다

유저들 스스로도 개돼지라고 하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요 근래 트럭시위 같은 행동으로 게임사를 조져버리는 사람들을 보면

적어도 그런 사람들은 개돼지로 불릴만한 사람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Posted by Na-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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